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개, 한계령입니다.

한계령의 추억

몇개의 터널을 지나면 금방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고속화 도로의 시대지만, 굳이 구불구불 고개를 넘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설악이 단풍으로 물드는 이맘때, 동해안에서 영서지방으로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넘어가는 고개들이 그렇습니다.

미시령, 진부령, 대관령, 운두령, 은비령, 그리고 한계령...

44번 국도를 따라 달려 한계령을 넘습니다. 산의 80%가 물들었을 때를 단풍의 절정기라고 한다는데... 지금의 한계령은 단풍의 절정을 살짝 넘어선 무렵. 붉은빛은 와인빛에 가까워지고 노란색은 더 바랜겨자색이 되어갈 무렵입니다. 세상이 직선으로 이루어져만 이루어져있는게 아닐까? 하는 사람들은 한계령의 구비구비를 돌면서 곡선이 시야를 얼마나 넓게 만드는지 깊게 보는지를 새삼 경험합니다.

그렇게 황홀한 단풍사이를 해치고 올라 한계령 정상에서 마시는 커피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가장 오래기억되는 커피일지도 모릅니다. 날이 맑으면 산빛이 고와서 좋고 구름이 끼며 신선이 된듯해서 황홀하고 비가 내리면 그 아득함이 좋아서 잊혀지지 않겠지요.

한계령

차가운 계곡이라는 뜻을 가지고 이 고개를 넘는 사람들은 취한다는 것에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이 고개를 빽빽히 채운 바위와 벼랑과 나무들이 빚어내는 풍경에 고요히 스며들어 마치 속세의 말은 한마디도 모르는 사람처럼 침묵하게 되는 것. 한 고비 돌때 마다 보이는 풍경에 매혹되어 감탄사를 잊어버리는 경지. 그토록 잊혀지지 않는 복잡한 세상사가 계곡 아래로 멀어져 가고 그저 풍경속에 고요히 스며든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

단풍으로 물든 한계령에서 끝내 가지고 오는 것은 바로 그것. 취하는 경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세혈관까지 물드는 것 같은 한계령에서 마음껏 취해 봅니다.

가을 한계령을 다녀온 사람들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 건.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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